물이 깊은 바다 책리뷰 독후감

2022. 4. 5. 16:45소설 후기리뷰

물이 깊은 바다
물이 깊은 바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처음 알게 된 것이다.

그건 바로, 세상에는 내 또래의 아이들이 많다는 것과

이 아이들에게는 기껏해야 서너 명밖에 없는 할아버지가

내게는 열명이나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파비오는 올해 6살로 저주에 걸렸다.

6살이 되어 학교를 가면서 처음 알게 된다.

40살이 되기 전에 결혼을 못하면 이상해진다.

소설이라는 느낌보다는 동화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복잡한 고민, 고찰 보다는 단순하게 에피소드를 풀어나간다.

읽다 보면 톰소여의 모험이 생각난다.

 

 

# 당신은 대체 우리가 선물한 삶을 어떻게 살았던 겐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렇게 생을 허비했군.

가장 무거운 죄가 있다면 그건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이야

 

10명의 할아버지를 가진 파비오가 할아버지에게 꾸중을 듣는 장면이다.

6살에게는 가혹한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40살까지라는 시간제한이 있다보니 할아버지들은 마음이 급한 것 같다.

실제 같은 상황이 온다고 상상해보면 충분히 마음이 이해가 간다.

손주가 자신들 처럼 저주에 걸리지 않길 바라는 따뜻한 문구이다.

 

 

 

# 선장님, 배를 지휘하시는 선장이 수영을 못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왜 말이 안되죠? 비행기 조종사들은 하늘을 날 줄 알던가요?

 

실소를 머금은 장면이다.

맞는 말이라 반박할 여지도 없다.

우리나라에도 이런류의 개그가 많았었는데

외국이라고 다를 것 없는 것 같다.

가벼운 내용으로 서술되어 있어서 무심코 지나갈 수 있던 문구였다.

재미있는 말장난은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써먹는 재미가 있어서 좋아한다.

 

 

# 노래하는 법을 배운 두 마리의 새가 있었다.
어떻게 배웠을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꿈속에서 노래를 배웠다.

 

서술이 이뻤다.

내용 자체는 별 것 없는데 서술이 아름다워 기록해둔다.

장면이 머리속에 그려지고 상상이 된다.

몇 글자 안 되는 4개의 문장에서 심미적인 느낌이 드는 경우는 잘 없다.

동화같이 잘 쓴 글이다.

 

 

이 책에서는 이상한 것이 가장 특별한 것이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상한 것이 마냥 배척되는 현대사회와 달리 특별한 것으로 마주할 수 있는 느낌이 좋았다.

다정한 엄마와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수리공 아빠, 삼촌들로부터 인생을 배우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설명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왜냐하면 쉽게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간단한 것이거든.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그걸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는 거야'

 

물이깊은바다의 중요 문구 중 하나이다.

6살 아이의 이야기라 마냥 유쾌한 장면을 넣으면 오히려 책은 지루해진다.

하지만 6살 아이가 배우기에는 어려운 이야기일지라도 알려주는 삼촌들과 할아버지들이 책의 기승전결을 이끌어준다.

이 외에도 6살 아이의 시점에서 나오는 생각과 감정, 두려운, 마음이 잔잔히 녹아있는 책이었다.

표현들도 6살 아이의 입장에서 서술한 것이라 번뜩이는 표현들이 많아서 좋았다.

 

 

작가는 파비오 제노베시라는 이탈리아인이다.

다른 작품에서도 인생의 히극, 비극적인 면을 극적이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내었고,

이 작품에서도 그러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비아레조상, 알바로 리베로 비지아 레티 문학상을 수상한 책이라고 한다.

작가의 다른 책도 한번 찾아보아야 겠다.